문주현 엠디엠 회장 " '개발→운영' 패러다임 전환"
2025-11-21문주현 엠디엠 회장 " '개발→운영' 패러다임 전환"
[디벨로퍼 넥스트 인사이트]도시공간 재창조 강조 … "장기적 관점 필요, 부동산 산업·국가 경쟁력 주도 미래 함께 할 것"
신상윤 기자
[편집자주]
지금은 디벨로퍼(Developer)란 말이 익숙하지만 한국에선 IMF 외환위기 이후 본격적으로 사용됐다. 주로 건설사 몫이던 개발사업이 분리되면서 다양한 아이디어로 공간을 재창조하는 디벨로퍼들이 등장했다. 부동산 개발 전후방을 아우르는 디벨로퍼는 최근 새로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정책 및 금융 환경 변화, 인구 감소 등으로 기존과 다른 생존 전략을 요구받고 있기 때문이다. 더벨은 유수의 디벨로퍼들과 만나 국내 부동산개발업에 대한 인사이트와 미래 비전을 들어본다.
- 이 기사는 2025년 11월 14일 07시 1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저출산과 초고령화로 인구가 팽창하던 시기를 지나 축소 사회로 진입한 만큼 부동산 개발도 변곡점에 놓였다고 생각합니다."
문주현 엠디엠그룹 회장(사진)은 더벨과 인터뷰에서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화로 시니어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부동산을 개발해 분양만 하면 됐던 시장이 개발 후 운영까지 해야 하는 패러다임으로 바뀌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문 회장이 1998년 4월 성(姓)을 걸고 설립한 엠디엠(MDM)그룹은 지난해 말 자산총액 8조6938억원, 자기자본 4조6290억원의 국내 대표 디벨로퍼다. 2021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공시대상기업집단에 디벨로퍼로는 처음 이름을 올렸으며, 올해는 63위를 기록했다. 지난 20년 넘게 분양 매출액 25조원이 넘는 개발사업 시행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디벨로퍼 최초 금융업 진출이나 국내 첫 대기업집단 지정 등 다양한 수식어가 붙는 문회장에겐 요즘 고민이 많다. 그 동안 도시공간 가치를 어떻게 키우느냐에 초점을 뒀다면 앞으로는 수요자들의 변화에 맞춰 필요한 것을 공급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가족의 개념이 달라지고, 소비 패턴도 온라인으로 옮겨간 데다 양극화 등도 고려해야 한다"며 "고도 성장기에서 저성장 시대로 전환되는 과도기에 디벨로퍼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기 사이클이나 소비자 성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과거와 같은 시장 과열의 사이클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회장이 도시공간을 재창조하는 디벨로퍼란 의미를 강조하는 이유다. 단순히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닌 도시와 문화의 패러다임을 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경제나 사회, 문화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해 디벨로퍼로서 시장을 보고 기회를 찾아야 한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이 같은 고민이 반영된 프로젝트가 수원 광교 더샵 레이크시티다. 문회장은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돼 아파트를 지을 수 없는 땅임에도 과감히 사들였다. 이후 1805세대 대규모 오피스텔 단지를 조성하면서 체육관을 비롯해 북카페, 식사 서비스 제공하는 클럽 라운지 등 당시만 해도 파격적인 구성을 보였다.
그는 "입주민에게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닌 호텔식 생활을 누릴 수 있게 진일보한 패러다임을 선보인 결과 수도권 다른 프로젝트들이 많이 벤치마킹했다"며 "시민들이 쾌적하고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는 도시공간을 만들어 도시의 경쟁력을 키우는 일을 디벨로퍼들이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이를 위해 시장 뿐만 아니라 제도나 문화도 같이 변화해야 한다. 특히 2022년 레고랜드 PF사태로 촉발된 신용경색과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은 디벨로퍼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여기에 과거 인구 팽창 시기에 적용됐던 제도나 규제 등이 시대 변화에 맞지 않은 경우도 많다.
문 회장은 "일본 도쿄 아자부다이힐스나 마루노우치 등은 도시 경쟁력을 키우면서 자산 가치 증대와 시민의 삶의 질을 개선했다"며 "과감하게 높이 제한을 풀고 용적률을 1000%이상 완화하는 등 일본 사례를 고려하면 서울 같은 도시를 어떻게 개발해 나갈 것인가에 대해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도쿄역 인근에 있는 마루노우치는 도시재생을 대표하는 사례다. 특히 특정 용적률 구역 제도를 도입한 마루노이치는 도쿄역 및 인근 역사적 건축물 잔여 용적률을 신축 부지에 활용한 고밀도 개발로 업무와 주거, 상업, 문화 등이 혼합될 수 있었다. 특정 용적률 구역 제도란 오래된 역사 건물을 철거하지 않고 건물이 갖고 있던 용적률을 주변 건물에 팔 수 있는 것을 말한다.
그는 "디벨로퍼는 도시공간의 창조자로서 땅에 자본과 아이디어를 결합해 가치를 부여하고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며 "층수나 용적률 등에 대한 규제가 완화된다면 민간의 다양한 창의력과 아이디어가 반영된 공간들이 들어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엠디엠그룹은 최근 서리풀 복합개발과 해운대구 우동 복합개발, 화성 헬스케어 리츠, 의왕 백운호수 푸르지오 숲속의 아침, 포제스 한강 등 다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서리풀 복합개발은 국내 PF 역사상 최대 규모인 5조3500억원을 조달했다. 화성과 의왕에선 개발과 운영을 결합한 시니어 주거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문 회장은 끝으로 "디벨로퍼가 부동산 산업과 국가 경쟁력을 주도하는 미래를 업계 선배이자 한국부동산개발협회 명예 회장으로서 후배들과 함께 고민할 것"이라며 "디벨로퍼들이 겪는 애로사항이나 제도 개선 등에도 앞장설 수 있는 허브 역할도 하겠다"고 말했다.
원본 기사 : https://www.thebell.co.kr/free/content/ArticleView.asp?key=202511131713082760106942